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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레늄 산책길] 2025년 8월 21일 (목)
25-08-21
내 마음 무엇으로 채율까
엄동설한 이겨낸 새 싹들에게 봄꽃도 피우자 하니
내 마음 두둥실 파릇파릇한 풍선 되고
개나리 진달래 장미 들국화 한아름씩 꺾어 담으니
큼지막한 백자 꽃 항아리가 되네.
내 손안의 떡보다 남의 떡이 더 크다 불평만 하니
내 마음 쪼르록 소리내는 허기진 배 되고
자신의 백팔번뇌 부여잡고 뜬구름 잡으려 허둥대니
좌충우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되네.
노화 과정의 증상을 이성보다 감성으로 받아들이니
내마음 무겁고 우중충한 회색 주머니 되고
붉은 사과 따 담고 아람 벌린 밤톨 주워 모으니
풍성한 수확의 가을 바구니가 되네.
한 여름 갈증 달래듯 고전과 신간 찾아 해매니
내 마음 우아한 꽃꽂이 수반의 오아시스 블록 되고
나라 위한 걱정에 TV 신문 SNS 뉴스들 긁어모으니
지글지글 끓는 찌개 냄비가 되네.
이웃들의 회노애락 인생길 귀담아 들어주니
내 마음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저수지 되고
보은지심으로 움켜 쥔 주먹 몰래 풀어내니
산타 할아버지 어깨에 둘러맨 붉은 보따리가 되네.
채워지는 재료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달라지는 내 마음
매 순간 최선의 멋있는 선택으로 채우려 기도하네.
– 홍경자 베로니카, 레늄 평신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