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Legionaries of Chr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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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식

제시 [5월 묵상글] 성모님에 대한 자녀의 사랑 - 한정은 안젤라(레늄 크리스티 회원) 22-05-06




중학생 때 친구 따라 간 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당 마당의 성모상이었습니다. 성모상을 보고 누구시냐고 물었던가요. “예수님 엄마야”라는 말을 듣고 저는 그냥 그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때부터 세례를 받고 성당을 다녔지만 묵주기도를 시작하던 때는 결혼하고 첫아이를 기다릴 때였습니다. 남편과 둘이 서툴게 기도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게 성모님의 전구가 필요할 때마다 했던 묵주기도는 지금까지 매일 바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기도가 되었습니다. 매일 바쳐도 늘 새로우니 이게 신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묵주기도는 우리의 신앙 여정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환희, 빛, 고통, 영광의 신비. 성모님의 전구로 응답받고 기뻐했던 환희의 순간들, 거룩한 전례와 성사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느끼는 빛의 순간들, 피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예수님 십자가를 바라보며 견디는 때, 그 고통의 끝에서 희망의 빛을 보는 영광의 시간들을 체험합니다.  

특별히 저는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만나셨을 때의 환희의 순간을 영적가족인 레늄 안에서 경험합니다. 하느님 안에서의 친교가 무엇인지를 영혼의 설렘을 갖게 하는 나눔과 서로에 대한 염려, 수고에서 배웁니다. 바치면 바칠수록, 고통의 신비는 저를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합니다. 예수님의 고통 안에서 제 안의 상처를 바라봅니다. 피땀으로 범벅된 예수님의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은... 제가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아프게 깨달으면서,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게 했습니다.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이렇듯 선물같이 다가오는 은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저는 성모님을 묵상하면서, 간직할 수 있는 침묵의 힘과 고통을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사 청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 2,52). 

성모님은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나, 기쁜 소식을 알리려고 온 목자들의 말을 들었을 때나, 잃어버린 예수님을 성전에서 찾으셨을 때에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습니다. 저는 예상치 못한 삶의 크고 작은 풍파 앞에서 늘 온갖 감정에 사로잡혀 속내를 감추지 못합니다. 되돌아 보면, 그 일들은 주님 섭리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었고 하느님의 뜻이 담긴 중요한 순간들이었는데 저는 곰곰이 되새기지 못했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하지 못해서 되새기지 못해서 놓치고 잃어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요. 그 놓친 것을 찾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마음속에 간직하며 사는 성모님 삶의 방식을 배워야겠습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성모님은 예수님 잉태라는 환희의 순간부터 수난과 십자가 죽음, 부활, 천상 모후의 관을 쓰신 영광의 순간까지 일생동안 주님과의 일치 속에서 사셨습니다. 예수님 십자가의 길에서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예수님과 함께 그 길을 가셨던 성모님의 강인함은 놀랍습니다. 고통을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성모님에게는 자신의 안위 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용기, 순종, 결단의 믿음이 있었고, 성부, 성자, 성령님과의 완전한 일치에서 나온 사랑의 힘이 그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성모님은 저를 키우셨습니다. 어둠속에서 한발자국도 내딛지 못할 때, 괜찮다고 겪어보니 다 괜찮다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주님의 길을 잃지 않도록 동행해주시면서 주님의 뜻을 찾도록 도와주시는 성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영혼은 성모님처럼 당신의 뜻을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되새길 줄 아는 영혼, 그래서 주님의 부르심에 “예” 응답하는 영혼이 아닐까요? 키워주신 성모님이 기뻐하시도록 주님의 자녀답게 조금씩이라도 성장할 수 있기를 청합니다. 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 은총의 샘이신 성모님께 전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 하느님,

저희에게 은총을 베푸시고

복되신 평생 동정 마리아의 전구로

이 세상의 슬픔에서 벗어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과 함께 하는 기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