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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11월 묵상글] 복음 속에서 만난 예수님 - 김남희 데레사 23-11-13




복음 속에서 만난 예수님 - 문앞에 서 계시는 예수님!


 

저에게 어려움이, 큰 어려움이 찾아왔습니다. 남편과의 갈등이 커졌습니다.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그동안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 제가 너무 미웠습니다.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삶과 신앙이 송두리째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아무 것도 없는 캄캄한 방 속에 버려진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게 내 탓이다’ 이라는 자책감과 함께 ‘선하신 하느님이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시지? 열심히 살고 있는데 왜 이러시지? 이렇게까지 하실 이유가 있나?’ 하며 하느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답답함으로 인해 숨을 쉬기가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냥 성당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니 따지러 갔나 봅니다. 감실 앞에 앉아 “주님, 당신 말씀해주세요.” “현재의 제 문제를 말끔히 거두어 가주세요.” 하고 계속 어찌해달라고 졸라대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오랜 시간 미사와 성체 조배시간을 가졌지만 예수님과 실랑이는 계속 되었습니다. 여전히 마음은 풀리지 않았고 두려움과 걱정에 쌓여 있었습니다. 그 날도 주일학교 미사에 아이와 함께 참례한 날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의 양의 문이다. 나보다 먼저 온 자들은 모두 도둑이며, 강도이다. 그래서 양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문이다. 누구든지 나를 통하여 들어오면 구원을 받고 또 드나들며 풀밭을 찾아 얻을 것이다(요한, 10, 7-9).

 

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중의 하나인 이 말씀이 저에게 ‘훅’ 들어왔습니다.

나는 양의 문이다.(I am the gate for the sheep) 영어 시간에 배운 ‘The’라는 정관사가 눈에 훅 들어왔습니다. 유일한 그 하나를 뜻할 때 쓰는 ‘The’ ‘그 문! The gate!’ 예수님은 하느님께 가는 유일한 문, 오직 하나의 문이신 예수님을 통해서만 구원으로 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순간 마음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랐습니다.


문이신 예수님!


예수님은 문이십니다. 참된 삶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끄시는 유일한 문이십니다. 이 문을 통해 나는 나 자신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하느님을 만나고 세상으로 나가 이웃과 만날 수 있습니다. 나는 주저하지 말고 그 문으로 들어가면 됩니다. 예수님은 문 앞에서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계십니다. 버선발로 나를 기다리시는 엄마처럼 그렇게 기다리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늘 문을 열어 두시는 예수님! 이런 예수님을 만나려면 기도의 열쇠를 통해 예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기도와 말씀 안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때 나는 문을 쉽게 드나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도 판단하고 분석하고 열까 말까 망설이는 저였습니다. 문고리를 이중삼중으로 걸어 잠그고 나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존심과 교만으로 가득 차 있어 더 단단해진 마음의 문은 열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현실과 직면할 용기가 없었고 저를 바라보고 남편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예수님께 전적으로 내맡기고자 하는 신뢰가 없었던 것입니다.

 

‘데레사, 무엇을 두려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다는 말이냐? (마르코 4, 40)

풍랑 속에서 말씀하시던 예수님의 말씀도 떠올랐습니다.

 

문은 제가 열고 나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을 열어야 저 자신과, 남편과, 예수님과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전적인 신뢰를 가지고 제가 바라는 저의 모습이 아닌, 저 자신을 그대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두운 저쪽에서 비쳐오는 희미한 빛을 따라 조금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숨쉬기가 나아지고 낯빛이 밝아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닫힌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제가 자신을 받아드릴 수 있을 때까지, 제가 저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시는 분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도와 말씀을 통해 저를 예수님께 내맡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복음 속에서 예수님이 주시는 기쁨을 찾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 자리에서 저를 기다리시는 예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과 근심이 다 해결되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니 삶의 위기와 실패, 아픔은 또 오겠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것을 압니다. 매일, 복음 속에서 저를 만나고 싶어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압니다. 그리고 자주 이 성가를 부릅니다.

 

주 네 맘에 들어가시려 하네 너 왜 모시지 않는가

이 세상의 무엇이 막으리오 왜 주께 대답 않나

전에도 항상 기다리셨고 또 지금도 기다리셔

너 마음의 문 열기 원하시네 문 앞에 서 계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