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사마리아 여인의 입장에서…
몇 년 전 피정 중에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함께 이야기하시는 요한복음 4장을 읽었습니다. 많이 읽어본 복음 구절이었지만 관상기도를 하면서 복음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떠나 갈릴레아로 가는 중 사마리아를 거쳐가야 했고 “길을 걷느라 지치신 예수님께서는 그 우물가에 앉으셨다. 때는 정오 무렵이었다. 마침 사마리아 여자 하나가 물을 길으러 왔다” (요한4,6).
이번에 기도할 때 제 자신이 복음 속으로 들어가 사마리아 여인이 되어 보았습니다. 사마리아 여인도 분명 목이 마르고 집에 마실 물이 필요해 우물로 갔을 겁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피로에 지친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라고 하셨습니다 (요한 4,7). 예수님께서 저에게 먼저 말을 거시며 도움을 청하십니다. 저는 항상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예수님께 말을 걸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먼저 저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예수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요청하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예수님께 해드릴 수 것은 '예수님을 바라는 것' 이라고 느꼈습니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하고 너에게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요한4,10).
지치고 목마른 것이 예수님 인 것 같지만 오히려 지치고 목마른 자는 저였습니다. 일상에 지치고, 평소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삶 속에서 저는 예수님을 목말라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보시면서 “나에게 마실 물을 달라고 해라” 하십니다. 예수님의 표정에서 저에게 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생수를 너무 나도 주고 싶어 하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내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갈망하는 마음' 이라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기도 속에서 복음에 나오는 인물들을 통해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예수님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만남은 꿈속에서 만나는 인물들과는 달리 우리의 인생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