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생각 하소서, 성모님
생각 하소서,
지극히 인자하신 동정 마리아여,
어머니께 달려들어 도움을 애원하고
전구를 청했지만
버림받았다는 것은 일찍이 듣지 못하였나이다.
우리도 굳게 신뢰하는 마음으로
어머니께 달려들어
동정녀 중의 동정녀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당신 앞에 죄인으로 눈물을 흘리오니,
강생하신 말씀의 어머니시여,
우리의 기도를 못 들은 체 마옵시고,
인자로이 들어주소서.
- 클레르보의 성 베르나르도 -
성인이 된 자식이 있고, 묵직한 어려움도 경험해 본 어리지 않은 중년이지만, 여전히 인생이란 '날마다 새로운 기쁨' 이 솟아나기보다는 '날마다 새로운 고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엄마라는 사람들에게는 그 고민의 양과 깊이가 좀 더한 것 같기도 합니다.
아이가 입시를 치를 때는 이 지옥 같은 시간이 어떻게든 끝나면 살 것 같았는데, 이젠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나? 걱정돼도 표현도 못 하고, 또래들은 직장에서 잘렸다는 소식이 들리고, 만날 때마다 연로해지시는 부모님이 안 하던 말씀하실 땐 속이 상하기도 하고, 저의 알량한 체력도 지력도 예전 같지 않고... 그야말로 다사다난합니다.
이럴 때 나자렛 새댁이었던 어린 성모님을 생각해 봅니다. 예고도 없이 마주한 엄청난 메시지, 더운물도 이중창도 냉장고도 없는 집에서 살다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향했던 성모님. 남편 없이는 인간답게 살 수도 없었던 시절에 하나뿐인 아들을 의지하고 살았을 성모님이지만 그 아들이 살았던 ‘공생활’의 시간이 성모님 입장에서 인간적으로 얼마나 야속했을까... 성모님은 정말 괜찮으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내 힘은 정말 작구나… 절망스러울 때, 내 능력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마주했을 때, 희망보다는 절망이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 성모님은 우리에게 어두움에서 빛으로 이끄시는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것이 다는 아니야…모든 것은 지나간단다…믿고 참아보자…함께해 줄게…’ 물론 하느님의 은총을 가득 받으신 분이시지만, 누구보다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우셨을 성모님께서 하느님께 대한 믿음,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기도의 해’라는 2024년을 보내고 있고, 기도학교에서 신부님과 어떻게 성서를 묵상하고 기도하는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배우고 돌아가서 혼자서도 예수님과 얘기해 보기를 권유해 주셨지만, 잘 안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읽은 성경 구절에서, 신부님께서 나눠주시는 기도와 묵상에서, 어떤 자매님의 한마디에서 언뜻언뜻 반짝 내 영혼에 비치는 빛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성모님은 어릴 때부터 말씀으로 단련되신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삶 안에서 하느님을 찾는 법, 함께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이런 모습이 레늄 크리스티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하고 있는 기도, 성서 읽기와 공부, 묵상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 같고요.
우리와 똑같이 세속을 살면서도 모범이 되어주신 성모님을 생각하다 보면 아드님을 저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을 생각하게 되고, 그분께서 보내주신 성령에 또 한 번 감탄하면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정말 우리를 하나도 잃고 싶지 않으시구나! 이 세상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살다가 모두 다 하늘나라로 불러들이실 안전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마련해놓으셨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네, 살면서 여러 번 예수님께서 모른 척 못하신다는 성모님께 도움과 전구를 청하고, 속상할 때 눈물 흘리며 달려들었던 적도 많았을 것입니다.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닮아갈 모범이 되어주시는지…
남사스러워서 아직까지 성모의 밤에 편지 한번 써본 적 없지만, 감사함에 묵주를 잡게 되고 장미꽃 몇 송이 꽂게 됩니다.
예수님께로 저희를 이끌어주시는 도움의 사다리, 지극히 인자하신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이런 어머니를 저희에게 보내주신 세심하고 사랑 넘치시는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