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식
결혼 후 시부모님과 함께 산 적이 있었습니다. 출근하는 아들 내외를 위해 두 손주들을 봐주시던 때였는데 주일엔 시부모님은 성당에 가시고 저는 가끔씩 기도하고 싶을 때 개신교 교회를 다녀오곤 했습니다. 왜 저보고 성당을 같이 가자고 안 하시는 걸까 궁금해 여쭤보니 가톨릭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예비자 교리를 받아야 하는데 직장인은 시간 내기 힘들고 믿음은 성당 활동에 시간을 많이 내어야 생기는데 바쁠 때 세례를 받으면 냉담하는 신자가 되기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될 무렵 저는 전업주부가 되었고 나름 신앙생활을 잘 해보고 싶어서 세례를 받고 성경공부, 반모임, 성당반장, 레늄 입회도 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시절을 성실히 보냈습니다. 참 반짝였던 시간이고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기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족과 항상 같이 기도하고 영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하는 삶을 바라는 제 기도 제목과는 다르게 성인이 된 아이들은 엄마는 마음이 약해 하느님께 의지하는, 무엇이든 기도로 얻으려 하는 일종의 종교가 필요한 사람이지만 자신들은 아직은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슬프지만 저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그래도 ‘언젠가는’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1년전 다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일하게 되어 회사생활을 적응하느라 바빴고 힘이 들었습니다. 주일 미사 정도만 가고 다른 모든 성당 활동, 기도시간 등을 갖지 못하며, 어머니 말씀대로 마음이 하느님과 점점 멀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줌이나 카톡으로 아침기도를 하고 레늄크리스티의 소식을 접하며 가끔 수도회 행사도 참석했지만 뭔가 아쉬웠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시몬신부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저녁기도학교 안내자로 카톡방 운영 및 명단 관리 정도 말씀하셔서 흔쾌히 맡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새로 오신 자매님 2명뿐인데도 시몬 신부님께서 개강을 해주셨고 온라인도 같이하고 다른 자매님들도 참석하셔서 종강하는 날에는 11명이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저녁 기도학교가 진행되는 영성 센터 경당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몇 번 친한 지인들을 초대해 보았으나 그들은 나눔을 두려워하며 거절하였습니다. 저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왠지 개인의 사생활을 나누는 것 같은 그 시간이 맘 편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는 묵상 후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하시지만 묵상했던 것을 예수님과 나누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순간이 저도 있었습니다.
나눔 시간이 길지 않은 저녁기도학교 시간 자매님들의 묵상 후 나눔에서 순간순간 성령의 인도하심을 느꼈습니다.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필요한 말씀을 자매님들을 통해 전해 듣게 되는 순간을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묵상을 공동체에서 나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녁기도학교는 직장을 핑계로 멋지게 완성된 레늄 영성센터 경당에 가보지도 못할 뻔한 제게 “포도나무에 아직 붙어있는 가지이구나” 하는 안도감과 위로를, 주님께 머무르는 시간과 공간과 관계를 마련해준 소중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방학을 어떻게 보내겠냐는 신부님의 제안에 그동안 수업한 것으로 열심히 복습하고 있다가 9월에 개강하자고 했는데 말처럼 잘 되지 않는 이 시기에 묵상글을 적어보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글을 쓰려고 생각했던 한 주 동안 저는 주님 말씀 안에 머무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다른 자매님들의 묵상글도 찬찬히 읽게 되었고 저녁기도학교 중에 받은 질문인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마르11,51) 라는 말씀을 복습하 듯 자주 묵상합니다.
나는 주님 안에 언제나 머무르고 싶습니다.
주님 안에서 원하시는 많은 열매를 맺고 싶습니다.
아멘
덧붙여 영성센터에서 진행하는 기도학교에 한번쯤 꼭 참석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녁반에 말입니다.